2026. 1. 27. 16:22ㆍ아티클 | Article/도시 계획 이슈
대중교통 · 녹색교통 전문
‘대중교통’은 원래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고령자가 늘어나는 지방에서는 이 정의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현재 한국의 중소도시들은 인구감소, 고령화 그리고 산업 약화로 인해 기존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군 단위 지역은 재정이 부족하고, 고령화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임서현·강찬모, 2023) 이런 문제는 단지 이동의 불편함을 넘어서 지역 자체가 소멸될 위험과 주민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대중교통이 잘 갖춰질수록 지역경제와 주민의 삶이 안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지방의 교통 문제는 지역 생존에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현재의 ‘대중교통’은 주로 다수의 정기적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은 이미 교통을 탄소중립, 경제 활성화 그리고 교통 형평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2022년 ‘9유로 티켓’과 그 후속인 전국 공용 ‘도이치란트(49유로) 티켓’을 통해 지역·도시권 대중교통의 무제한 통합 이용을 구현하여 물가상승률 0.7%p 억제, 대중교통 수요 25% 증가, CO₂ 180만 톤 및 대기오염 6% 이상 저감을 달성함과 동시에 교통비 부담을 낮춰 형평성을 제고한다. 오스트리아는 2021년 ‘클리마 티켓(연 1,095유로)’으로 전국 단일·무제한 정기권을 도입하여 요금권역을 단순화하고 대중교통 전환을 촉진함으로써 기후목표와 생활권 통합을 동시 추진한다. 일본은 초고령·저밀 사회에 대응해 ‘컴팩트 시티+대중교통 축’ 전략을 채택하고 「중심시가지 활성화법」, ‘마치즈쿠리 교부금’ 등을 통해 생활 서비스와 철도·버스 네트워크를 거점에 집중·연계함으로써 이동권 보장과 지역경제 회복을 병행한다.(황이경·김남철, 2023 / 강인호·노세희, 2017)
한국도 이제는 현실에 맞는 지방의 교통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 지방의 교통 서비스는 이미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군 단위 지역의 재정은 매우 열악하며, 농어촌 지역 버스는 하루에 겨우 한두 번 운행할 정도로 서비스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승용차에 비해 교통 이용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있다.(임서현·강찬모, 2023 / 임서현·홍성진, 2019)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농촌형 교통모델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병원 방문과 같은 제한적인 목적에 그쳐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 2025)
현재 법률상 대중교통은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지방의 소멸 위험 지역에서는 고령자, 교통약자 등 소수의 이동이 중요하며, 이런 목적을 위해 수요응답형 교통(DRT)이나 공공형 택시와 같은 유연한 교통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문제는 이 서비스들이 공식적인 ‘대중교통’으로 인정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임서현·강찬모, 2023 / 임서현·홍성진, 2019 / 황이경·김남철, 2023) 게다가 현재의 평가 기준이 공급량 중심이어서 주민들의 실제 불편함이나 지역 간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2015)

이러한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교통체계이다. 특히 수요응답형 교통(DRT)은 이미 국내에서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 ‘셔클’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 플랫폼 기반의 합승형(12인승) DRT로, 07~24시 운행·월 구독형 요금제를 적용하고 ICT 융합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은평 뉴타운 반경 2km에서 실증 운행하였다. 세종시는 ‘셔클’과 자율주행 ‘로보셔틀’을 병행해 DRT 서비스를 시험 운행하였다. 인천 영종국제도시 ‘I-MOD’는 실시간 경로 생성·합승 기능을 갖춘 전통형 DRT로, 국토부 스마트시티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받아 단계별 실증을 진행하였다. 과천 ‘콜버스 바로 DRT’는 문원동·갈현동 등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운수사와 플랫폼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ICT 융합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수요응답형 버스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포항 ‘TAP!’ 은 합승 택시 기반의 도심형 수익 모델로 출발해 본 사업 전환을 준비 중이며, 이후 서울 상암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 DRT’ 로 운행 중이다.(최성택 외, 2022) 위 사례들은 규제샌드박스와 디지털 배차를 통해 공급자 중심 노선에서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의 전환이 이미 국내에서도 작동함을 입증한다. 대기시간 단축, 목적지 접근성 개선, 취약지역 커버리지 확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따라서 지방의 교통은 더 이상 ‘정기·고정노선’에 머물 수 없다. 이제는 지방의 현실에 맞는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방의 대중교통은 이제 ‘다수를 위한 이동수단’이라는 전통적 정의 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통은 지역 경제 활성화, 주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필수적 인프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요응답형 교통의 제도적 인정, 실제 이용자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평가 체계, 그리고 첨단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시급하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듯, 지방의 교통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과제다. 지금 바로 이러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참고 자료]
강인호, 노세희. (2017). 인구소멸 시대의 일본 축소도시가 추구하는 스마트 수축 전략. 한국정책과학학회보, 21(3), 173-197.
국토연구원. (2015). 대중교통 이용자 체감지표를 이용한 지역별 서비스 형평성 제고방안. 국토연구원 정책보고서, 2015-04.
농림축산식품부. (2025.5.1.).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 2024년 모니터링 및 만족도조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오복임. (2024). 대중교통 접근성 수준이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학교 공기업정책학과 석사학위논문.
임서현, 강찬모. (2023). 지방 중소도시의 고령화 및 인구감소에 대비한 이동권 확보 방안. 한국교통연구원 이슈페이퍼, 2023-13.
임서현, 홍성진. (2019). 소멸위기 지방도시의 지역유형별 이동권 확보방안 연구. 한국교통연구원 기본연구보고서, RR-19-04.
최성택, 김거중, 박준식, 윤상원, 고승렬, 문지혜, 정동우. (2022).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서비스 도입 및 효과분석: 대도시권 광역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국교통연구원 기본연구보고서, RR-22-04.
황이경, 김남철. (2023). 사회환경 변화의 대응을 위한 대중교통서비스의 공법적 과제. 연세법학, 42, 749-787. https://doi.org/10.33606/YLA.42.21
장성만 / sjang@mnu.ac.kr
국립목포대학교 도시계획 및 조경학부 부교수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대중교통·녹색교통전문위원회 위원장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교통 접근성과 형평성, 도시철도 및 대중교통, 유동인구와 상권 변화, 지속가능 교통 정책 등이다.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 탄소중립 등 새로운 도시·지역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공간분석기법을 활용한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LH, 한국농어촌공사 등 여러기관에서 자문과 연구를 맡고 있으며,
도시계획 및 교통 관련 위원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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