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4. 17:19ㆍ아티클 | Article/Issue1. 특별기고
이 글은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창립기념일 특별 세미나(2025.10.28)에서 발표되었다.
1. 대외적인 경제현황
대한민국의 주택공급은 복합적인 전환기에 놓여 있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원자재와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였고, 이는 건설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져 건설산업 전반에 위험이 확대되는 원인이 되었다. 공사비 인상은 주택시장에 많은 변화를 안겨주었다. 특히 사업비용이 크게 증가되어 사업성이 확보되는 사업장은 찾아보기 힘들고, 진행중인 사업장도 공사비 분쟁으로 인해 발주처와 건설사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주택 시장의 수요가 급감하고, 민간의 공급 여력이 위축되면서 신규주택 공급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주택공급은 수도권 인기 지역의 경우는 수요층이 두터워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고, 비수도권 지역과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감소와 미분양 누적으로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주택공급의 안정은 단순히 부동산 가격 문제를 넘어, 국민의 주거복지와 경제의 지속성장 기반과 직결된다. 따라서 새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은 단기 경기대응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주택생태계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의 정점에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이후, 자국산업 보호를 강화하는 통상정책이 본격화 되었다. 미국은 ‘상호관세제(equal tariff system)’를 내세워 교역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높을 경우 동일한 수준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 강화는 각국의 보복관세를 불러왔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체제가 흔들리며 글로벌 교역량은 2022년 대비 1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원자재 수입 가격 이 상승하면서 철근, 시멘트,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건설자재의 단 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비 증가율은 2020년 이후 연평균 8%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주택공급의 사업성을 급격히 떨어뜨 리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물류비 상승과 환율 변동성 확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는 한국의 통화정책에도 직접적인 제약을 준다.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에 놓여 있다.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을 도모하면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할 위험이 있고, 금리를 유지하거나 인상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다. 이러한 대외 경제 환경은 새 정부의 주택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국내 부동산시장 현황
국내 부동산시장은 지난 5년간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수도권은 여전히 높은 주거 수요를 보이고 있으나, 공급은 규제와 인허가 지연 으로 제한적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기간이 장기화되고, 이로 인해 신규 입주물량이 급 감했다. 반면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는 미분양이 누적되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 반기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약 7만 가구로, 3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 80% 이상이 지방 중소도시에 집중되어 있으 며, 경기 외곽과 세종·충청권에서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 반면 서울 과 수도권 핵심지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 역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1~2 인 가구의 급증으로 소형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지만, 대형 평 형 위주의 공급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은 더욱 커졌고, 이는 주택시장 진입 연령의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 지역 간 불균형은 단순한 시장 문제를 넘어, 사회적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
과거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분석하면 ‘단기적 규제·완화의 반복’이 라는 공통된 문제점이 드러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는 2000년대 초반 주택가격 급 등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종합부동산 세, 청약제도 개편, 양도세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으나, 시장 은 정책을 신뢰하지 못했고, 결국 서울 아파트 가격은 90% 이상 상 승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25차례가 넘는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사상 최고치 를 기록했다. 임대차 3법과 보유세 강화는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키 고,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처럼 공 급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만 반복된 결과,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궁극적으로 과거 정부들의 부 동산정책은 ‘정책 신뢰의 부재’로 귀결되었다. 국민은 정책이 단기 적 경기 대응에 따라 흔들린다고 인식하게 되었고, 민간 건설사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이 교훈은 새 정부 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4. 새 정부의 정책 방향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공급 확대와 시장 정상화”를 핵심 기조로 하는 새로운 주택정책을 제시했다. 첫째,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정부는 정비사업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 조정하고, 사업승인 절차를 단축하는 등 인허가 제도를 간소화하고 있다. 또한 도심 내 저활용 부지를 활용한 공공복합개발사업을 확대해 주택공급 기반을 넓히고 있다. 둘째,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여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정책도 추진중이다. 2030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공급 목표를 세우고, 청년·신혼부 부·고령층 맞춤형 주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셋째, 가계부채 관리 강화도 병행된다. 정부는 LTV·DTI 규제를 탄력적으로 조 정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동시에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규제 강화는 자칫 거래량 감소 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노동정책 변화도 주택공급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주 4.5일 근무제 추진은 건설현장의 인건비 상승과 공사기간 지연을 초래하며, 이는 공사비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새 정부의 정책 성공 여부는 단순한 공급량 확대가 아니라, ‘공급 구조의 효율성과 시장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5. LH의 역할 변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우리나라 주택 공급 체계의 중심축으로, 공공 주택 건설과 도시개발을 주도해왔다. 최근 몇 년간 LH는 민 간참여 확대를 통한 민관합동개발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공주도형 사업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LH가 토지 와 인허가를 담당하고 민간이 설계·시공·분양을 맡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LH의 역할 확대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우선,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LH가 부담 해야 할 예산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민간 건설사의 참여가 감소하면서 일부 사업은 유찰 또는 중단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민간입장 에서는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에서 수익률이 낮고, 계약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반면 LH 입장에서는 민간의 참여가 줄 면 사업 추진 속도가 느려지고, 공공 리스크가 커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는 공사비 현실화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 사업 리스크 분담 체계 마련, 공공 주택 품질 제고를 위한 설계·시공 표준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LH가 ‘공공 주택 공급자’에서 ‘주거정책 플랫폼 기관’으로 기능을 확대해, 민간과의 협력 생태 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6. 건설산업 금융리스크 분석
최근 국내 건설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이다. 2024년 말 기준 PF대출 잔액은 약 130조 원에 달하며, 이중 2금융권 비중이 50%를 넘는다. 문제는 PF사업의 상당 부분이 지방 중소규모 개발사업에 집중되어 있어,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바로 부실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은 PF대출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하락 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권 PF 연체율은 10%를 넘어 섰고, 일부 기관은 대손충당금을 대폭 확대한 상태다. 신탁사 역시 책임준공 확약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일부증권 사는 PF 유동화증권(ABCP, ABS) 발행 실패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자체 자금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소형 건설사들은 자금조달 경색으로 인해 연쇄 부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은 신규 PF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자금지원을 제한하고 있어 주택시장 전체의 자금흐름이 경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PF금 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공보증제 확대, 채무보증구조 개선, 중소 건설사 신용보강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PF사업 심사 기준을 강화하되, 정상 사업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세분화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7. 건설공사비 상승의 구조적 원인
최근 건설공사비는 단순한 경기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의해 상승하고 있다. 첫째,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2020년 대비 철근 가격 은 60%, 시멘트는 40%, 알루미늄은 35% 상승하였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운송비 상승의 영향이 크다. 둘째, 노무비 상승이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주 4.5일제 시범도입이 확산되면서 인건비가 연평균 7% 이상 상승하고 있다. 특히 숙련공 부족으로 인해 고급 기술직 인건비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셋째, 법·제도적 규제 강화 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등은 건축물 품질 향상에는 기여하지만, 공사비와 공기(工期)를 동시에 늘린다. 넷째, 금융비용 증가도 주요 요인이다. PF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해 사업 초기 자금조달 비용이 전체 공사비의 10~15% 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승 압박은 민간의 사업성을 급격히 떨어 뜨리며, 결과적으로 신규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표준단가 개편, 원자재 공동구매제도 도입, 노무비 산정 기준의 합리화, 건축규제 완화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공공사업 입찰 시에도 원가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계약구조가 필요하다.

8. 민간주택사업의 한계와 개선 방향
민간주택사업은 주택공급의 80% 이상을 담당하지만, 최근 그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공사비 상승, 금융규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크게 저하되었고, 이는 곧 민간의 공급 의지를 약화시켰다. 특히 지방과 비수도권에서는 미분양 리스크가 커져 신규 착공률이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하였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서울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공사비 100% 확보를 전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이며, 이는 사업 초기 자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 2금 융권 PF 대출이 위축되면서, 건설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탁사들도 책임준공 확약을 꺼리게 되면서, 시장 전반의 사업 흐름이 경색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사업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 운용으로 사업성 보전, PF보증기금 확충 및 중소시행사 전용 금 융상품 개발, 도심 내 공공임대 의무비율 완화, 사업승인 절차 간소화, 공사비 안정을 위한 특별대책 등 이와 같은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민간의 주택공급 참여가 회복될 수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형 공급이 안정되어야만 정부의 공공 정책이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

9. 결론 및 정책 제언
새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은 ‘공급 확대’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 요인인 공사비 상 승, PF 금융중단, 건설현장 전문인력 부족에 따른 품질과 생산성 저하, 부동산 및 건축규제 강화를 고려할 때 단순한 목표 제시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다음 네 가지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 공사비 안정화와 원가 구조 개편이다. 정부는 안전에 지장이 없는 건축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의 탄력적 운영, 콘크리트 타설제한 완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선택적 참여, 친환경/제로에너지 발주처 선택권 부여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공 공과 민간이 공유하는 표준원가 시스템을 마련하여 투명성을 높이고,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조정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금융시스템 개선이다. PF 리스크 완화를 위해 공공보증을 확대하고, 중소 건설사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민간참여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이다.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 부여,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으로 민간이 자율적으로 공급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중장기적 주택공급 생태계 복원이다. 단기적 경기부양이 아니라, 안정적인 주택공급망과 금융시스템, 건설 인력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종합하면, 새 정부의 주택정책은 단순히 ‘얼마나 공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 한 방식으로 공급하느냐’가 핵심이다. 공공과 민간, 금융이 함께 협력하는 삼자 연계형 정책이야말로 향후 대한민국 주택시장 안정의 핵심 해법이 될 것이다.

이윤홍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건축공학부 특임교수
도시공학박사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이사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하이투자증권 PF 심사역, 농협금융그룹 PF 심사역을 역임하였다. KCI 논문 부동산금융, 부동산개발 등 22편 게재하였으며, 부동산금융, 부동산개발, 타당성 검토에 대한 실무경험이 많다.
miso1036@hanyang.co.kr

'아티클 | Article > Issue1. 특별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특별기고]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방향_김륜희 2026.01 (0) | 2026.02.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