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5. 14:30ㆍ아티클 | Article/Issue1. 특별기고
이 글은 『탄소중립도시의 계획과 실행』(보성각, 2026)에 게재한 원고를 바탕으로 핵심 내용을 발췌하여 재집필하였다.
1.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 배경과 목적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8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후, 2021년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실행하고 있는 모든 시책과 방안의 근간이 된다.
탄소중립기본법의 목적은 이 법 제1조에 제시된 바와 같이 “기후위기의 심각한 영향을 예방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를 통하여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태계와 기후체계를 보호하며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에 있다. 법의 목적에 담긴 핵심적 내용은 바로 현재의 탄소 사회를 탄소중립 사회로 지속가능하게 전환하려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년까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원활히 달성하기 위한 시책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부작용을 예방 및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법은 20쪽 도표 [탄소중립기본법의 구성 체계]와 같이 그 역할의 특성에 따라 83개 조문이 11개의 장으로 구성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글에서는 11개의 장 중에서 이 도표의 회색 부분, 즉 이행체계(제3장과 제4장)로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온실가스 감축 시책(제5장)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제3장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제도에 대해 살펴보면, 국가는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국가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국가 기본계획과 관할 구역의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시·도계획)’과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시·군·구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의 기본계획 수립의 본질적 목적은 2050년 국가의 탄소중립 달성에 있으므로, 국가와 지자체의 기본계획 수립·시행의 제도는 탄소중립기본법의 목적과 가장 긴밀하게 관련된 부분이다. 여기서 국가기본계획의 목표는 지자체에게 하향식 지침으로 작용하고, 지자체 기본계획의 목표는 국가에게 상향식 대응에 해당한다. 두 목표 간에는 정합성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국가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하므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별 세부 목표를 체계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국가의 총체적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의 총체적 역할을 위하여 탄소중립기본법은 제4장을 통해 대통령 소속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지자체에도 2050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지방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 제16조에 따르면 위원회의 기능으로 많은 사항이 제시되어 있는데, 국가의 총체적 역할과 관련된 기능은 연도별 감축 목표의 이행 현황을 매년 점검하고, 그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하는 것 (제9조)과 이를 근거로 국가기본계획의 수립․변경을 심의․의결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위원회의 기능은 지자체가 기본계획 추진 상황과 주요 성과를 점검하여 작성한 결과 보고서를 심의하는 데 있다(제13조).
탄소중립기본법은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효과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명시하고 있는데, 탄소중립기본법 제5장을 통해 정부, 지자체, 행정기관, 공공기관, 개발사업자, 온실가스 다량배출업체(이하 관리업체), 기업 등에게 적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부문별 감축 시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법 제23절부터 제36절(제5장) 그리고 제64조(제8장)를 통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시책을 열거하면, ‘기후변화영향평가’(제23조),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제24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제25조), ‘목표관리제’(제26~28조), ‘탄소중립도시’(제29조), ‘지역에너지 전환’(제30조), ‘녹색건축물’(제31조), ‘녹색교통’(제32조), ‘탄소흡수원’(제33조),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제34조), ‘국제감축사업’(제35조), ‘온실가스종합정보관리체계’(제36조), ‘순환경제’(제64조) 등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상위법으로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효과적으로 도입하도록 원칙적 수준에서 시책의 적용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시책별로 관련 개별법, 즉 하위법에 규정된 해당 시책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다음 표에는 시책마다 관련 하위법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법․제도에 따라 이미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는 시책의 경우에는 이미 관련 하위법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과 더불어 새롭게 도입된 시책의 경우,
현재까지 관련 하위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아 정책과 사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원활한 시책의 도입을 위해 필요한 하위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탄소중립기본법의 온실가스 감축 시책과 관련 하위법
| 온실가스 감축 시책 | 시책의 주요 내용 | 관련 하위법 |
| 기후영향평가(제23조) | - 환경영향평가 대상 계획과 개발사업에 적용 - 기후변화 관련 영향 조사·예측·평가 배출량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방안 마련 |
『환경영향평가법』, 『기후변화영향평가 방법 등에 관한 규정』 |
|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제24조) | - 예산/기금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 -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운용에 반영 |
『국가재정법』 |
|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25조) |
- 정부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을 설정설정 - 시장기능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 배출허용량 할당·등록·관리, 배출량 인증 관리 |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 |
| 목표관리제(공공 부문) (제26조) |
- 공공기관 등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 공공기관 등은 매년 이행 실적 제출 - 추진 상황을 지도·감독 |
없음 |
| 목표관리제(민간 부문) (제27조와 제28조) |
- 관리업체(기준량 이상 배출 민간 업체) 지정 - 관리업체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관리 - 관리업체 배출량 명세서 제출, 정부 관리 |
없음 |
| 탄소중립도시(제29조) | - 탄소중립 공간적 구현하는 도시 정책 추진 해당 사업 시행 도시를 탄소중립도시로 지정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 보조 |
없음 |
| 지역에너지 전환(제30조) | - 지역별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 방안 마련 - 에너지 전환 지원 정책 수립·시행 - 필요한 비용 전부 또는 일부 지자체에 보조 |
『에너지법』,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
| 녹색건축물(제31조) | - 에너지 고효율, 신·재생에너지 사용의 건축물 - 기존 건축물의 녹색건축물로 전환 사업 추진 - 국토교통부 장관 녹색건축물 확대 재정 지원 |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
| 녹색교통(제32조) | -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적극 보급 - 대중교통수단의 공급 확대, 분담률 제고 - 교통수요관리 대책 마련 |
『대기환경보전법』,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
| 탄소흡수원(제33조) | - 산림·농경지, 초지·습지, 정주지, 바다숲 등 - 상기 탄소흡수원의 조성 및 확충 대책 - 기존 흡수원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 개선 |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 『수산자원관리법』 |
|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 (제34조) |
- 획기적 에너지소비 저감 미달성 경우 대비 - 탄소포집·이용·저장 기술의 개발과 발전 지원 - 기술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 필요 |
없음 |
| 국제감축사업(제35조) | - 적합한 온실가스 감축량 국제감축 실적 등록 - 정부는 등록된 국제감축 실적 활용 - 정부는 외국 정부와 공동 국제감축사업 수행 |
파리협정(제6조) |
| 온실가스 종합정보관리체계(제36조) |
- 정부는 온실가스종합정보관리체계 구축·운영 -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설치 -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정보 매년 제출, 공개 |
없음 |
| 순환경제(제64조) | - 제품 지속가능성 제고, 폐기자원 순환망 구축 -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의) 최소화 모색 - 생태계 보전과 온실가스 감축 동시 구현 |
『폐기물관리법』 |
법에 ‘탄소중립 도시’(이하 ‘탄소중립도시’)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조문은 탄소중립기본법 제29조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탄소중립 관련 계획 및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하여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도시(이하 “탄소중립도시”라 한다)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제29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문의 제2항을 통해 제시한 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도시를 정부가 직접 또는 지자체장의 요청을 받아 탄소중립도시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도시를 이 법에서 제시한 여러 온실가스 감축 시책의 하나로서 간주하고 있는데, 이런 접근으로는 기존 탄소도시를 탄소중립도시 나아가 무탄소도시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법․제도로서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이승일, 2025). 이처럼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탄소중립도시의 계획과 정책을 위한 법·제도로서 탄소중립기본법의 한계는 명백하다. 그러므로 탄소중립도시의 전환을 위한 기본법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광범위한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탄소중립기본법의 목적에 명시되어 있듯, 이 법은 현재의 탄소 사회를 탄소중립 사회로 지속 가능하게 전환하는 데 중추적인 기본법의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그 개정의 폭을 단순히 확대하기는 당연히 힘들다. 오히려 탄소중립도시의 전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제도 쪽에서 필요한 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2. 탄소중립도시 전환 관련 법·제도 현황
탄소중립기본법 제1조에서는 ‘탄소중립 사회’(이하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에 이 법의 목적이 있음을 밝히고 있고, 제2조에서는 법적 용어로서 탄소중립사회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거나 없애고 기후위기 적응 및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재정․기술․제도 등의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원활히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부작용을 예방 및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에 탄소중립도시에 대해서는 탄소중립기본법은 제29조를 통해서만 “탄소중립 관련 계획 및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하여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도시”로 규정하면서 적용 가능한 여러 온실가스 감축 시책 중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기본법이 제5장부터 제8장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분야별 시책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탄소중립도시의 전환은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에 있어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선결 조건(제5장과 제6장), 즉 탄소중립사회의 공간적 물리적 조건을 조성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탄소중립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토와 도시의 개발에서 월등히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탄소중립도시는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에서 필요조건이 되어야 하고, 사회적 해법은 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필요조건(물리적 조건)과 충분조건(비물리적 조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비로소 탄소사회가 탄소중립사회로 순조롭게 이행될 것이다(이승일, 2022). 이런 물리적 조건과 비물리적 조건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하여, 현행 도시계획 및 개발 관련 법·제도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먼저 도시계획 및 개발을 위한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살펴보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및 개발 관련 법·제도는 국토와 도시의 계획과 관리를 이끄는 핵심 법률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을 기반으로 하여, 한 축으로는 신규 도시를 조성하거나 기존 도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도시개발법』이 있고, 다른 축으로는 노후한 지역을 개선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자리 잡고 있다(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09; 한국도시계획가협회, 2021).
즉, 국토계획법을 중심으로 도시개발법과 도시정비법이 양 축을 만드는 법체계를 이루고 있다. 국토계획법은 최상위 계획법으로서 이에 따라 장기적, 단기적 도시 발전을 이끄는 도시계획(광역도시계획, 도시·군기본계획, 도시·군관리계획 등)을 수립하여 집행하고, 도시개발법과 도시정비법은 하위 법률로서 도시계획에 적합하게 도시개발 및 정비가 추진되도록 사업계획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실제 도시계획 및 개발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하위 법률이 만들어져 있지만, 탄소중립도시의 전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제도를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대표적인 세 개의 법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3. 탄소중립도시 전환 관련 법·제도 점검
국토계획법은 “국토의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한 계획의 수립 및 집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법은 소위 “국토 이용 및 관리의 기본 원칙”(제3조)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제8호(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및 풍수해 저감을 통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만 탄소중립도시 전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탄소중립기본법 제5장의 온실가스 감축 시책보다는 제6장의 기후위기 적응 시책에 한정되어 있다.
지자체 관할구역에 해당하는 도시·군(이하 도시)은 개별적으로 구분된 공간이 아니라 국토 및 도에 속해 있다. 따라서 국토와 그에 속한 도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국토․도종합계획은 도시계획 수립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국토기본법』(이하 국토기본법) 제7조 제1항). 달리 말하면, 국토·도종합계획의 수립 내용은 도시계획의 수립에 반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토기본법 제10조가 제시하고 있는 국토종합계획의 수립 내용의 어느 항목도 탄소중립도시 전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다.
4. 도시기본계획
국토·도종합계획 하위의 도시·군기본계획(이하 도시기본계획)은 지자체 관할구역에 대하여 기본적인 공간구조와 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으로서 도시·군관리계획(이하 도시관리계획) 수립의 지침이 되는 계획을 말한다(국토계획법 제2조 제3항). 도시기본계획은 상위 종합계획인 국토·도종합계획의 수립 내용을 기본으로 삼되, 국토계획법 제3조에 따른 국토 이용 및 관리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국토계획법 제19조의 도시기본계획의 내용이 정책 방향에 포함되도록 수립해야 한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에 새로 도입한 제8의2호를 통해 탄소중립기본법의 온실가스 감축 시책 대부분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도시기본계획의 수립 기준을 정하기 위한 『도시·군기본계획수립지침』(이하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을 통해 도시기본계획이 탄소중립도시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된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의 일부 내용을 예시적으로 살펴보면, 제1장 제2절 ‘도시기본계획의 의의’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및 녹색성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탄소감축에 유리한 공간구조를 형성하고, 화석연료 사용 억제 및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촉진하여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며, 도시 내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고, 재해취약성을 저감하는데 주력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탄소중립사회의 필요조건을 모두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제4장 제2절 ‘계획의 목표와 지표 설정’에서는 4-2-8.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도입하여 시·군의 연도별·부문별 온실가스 배출·흡수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탄소중립기
본법에 따라 수립된 지자체 기본계획의 목표와 정합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이 요구하는 기준은 사실상 탄소중립도시 전환 계획이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필요조건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할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다고 본다.
도시기본계획의 하위계획인 도시관리계획은 개발․정비 및 보전을 위하여 수립하는 토지이용, 교통, 환경, 경관, 안전, 산업, 정보통신, 보건, 복지, 안보, 문화 등에 관한 계획을 말한다(국토계획법 제2조 제4항). 이들은 대부분 지자체의 개발 현안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과는 차이가 크다. 국토계획법은 상당 부분의 조문을 할애하여 도시관리계획에 해당하는 계획들의 수립 절차, 지정, 설치·관리, 허가, 행위제한 등 집행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내용 중에서 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과 달리 탄소중립도시 전환과 관련된 사항은 전혀 찾을 수 없다.
5. 도시개발 관련 법·제도
이제부터는 도시개발 관련 법·제도를 살펴보도록 한다. 도시개발법은 도시개발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개발(사업)을 도모하고 (상위 법률에 따른 도시계획의 내용과 부합하도록) 쾌적한 도시환경의 조성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도시개발사업은 주로 미개발지를 계획적으로 개발하여 새로운 시가지나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탄소중립도시 전환과의 관련성이 매우 높다. 도시개발법은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법적 절차와 기준을 규정하고, 이에 따라 정해진 구역에서 주거, 상업, 산업, 유통, 정보통신, 생태, 문화, 보건 및 복지 등의 기능이 있는 단지 또는 시가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08). 도시개발법은 상위 계획에서 정한 발전 방향에 부합하게 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계획의 내용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관계자들 간의 이해 충돌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예방하거나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절차 등 다양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법의 내용이 방대할 뿐 아니라 상세하므로, 여기서는 단지 도시개발계획의 내용(도시개발법 제5조)을 탄소중립도시의 관점으로 점검한 결과만 간략히 제시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도시개발계획 내용에서 탄소중립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사항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계획의 상위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의 수립 내용에 탄소중립도시 전환의 내용이 부재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 도시정비법
끝으로 도시정비법은 도시 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상위 법률에 따른 도시계획의 내용과 부합하도록)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이 정하고 있는 정비사업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업 방식과 대상에 차이는 있지만 사업 후에는 노후․불량건축물과 정비기반시설이 새롭게 건설되므로 탄소중립도시 전환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개발법과 마찬가지로 도시정비법에 명시된 사업의 추진을 위한 계획 수립의 내용(도시정비법 제5조)에는 탄소중립도시 전환과 관련된 사항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도시개발법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7. 탄소중립도시 전환 관련 법·제도 개선 방향
탄소중립도시의 전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제도를 점검한 결과, 국토와 도시의 계획과 관리를 이끄는 핵심 법률인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도시계획 중 장기적 도시 발전의 방향을 정하는 도시기본계획의 내용에는 탄소중립도시 전환을 위한 사항이 마련되어 있다. 더 나아가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에는 탄소중립도시 전환과 관련한 구체적이며 상세한 계획 내용이 제시되어 있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사항도 담고 있어서, 도시기본계획이 탄소중립사회 이행을 위한 필요조건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지자체의 개발 현안과 밀접하게 연관된 도시관리계획에서는 탄소중립도시로의 전환과 관련된 사항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를 통해 점검 결과를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토계획법에서는 탄소중립도시의 전환을 장기적 목표로 여겨 도시기본계획의 수립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의 내용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의 개발 현안과 밀접히 관련되어 탄소중립도시의 전환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관리계획에서는 이를 위한 계획의 내용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현재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도시기본계획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그 상위 계획인 국토종합계획과 도종합계획내용에 탄소중립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그 하위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의 내용에도 이와 관련된 사항을 종합적이며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히, 도시관리계획의 내용은 도시개발 및 정비사업의 상위 계획 역할을 하므로, 실제 도시의 물리적 조건을 탄소중립사회의 필요조건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도시의 물리적 조건을 실제로 전환하는 도시개발 및 정비사업에 있어서 그 방향을 결정하는 도시개발 및 정비계획의 내용을 점검한 결과, 탄소중립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사항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개발 및 정비사업들이 탄소중립도시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계획들의 상위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의 수립 내용에 탄소중립도시 전환의 내용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관리계획의 계획 내용에서 탄소중립도시의 조성과 관련된 사항을 종합적이며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일은 개발 및 정비사업에 대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 제시한 개선 방향을 요약하면, 현재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의 수준에 맞추어 최상위 계획인 국토종합계획에서부터 도종합계획, 광역도시계획,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등 하위 계획들의 계획 내용에 탄소중립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도시계획 및 개발 관련 법․제도의 전반적 개선 작업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개별 계획에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시하는 시책을 빠짐없이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법․제도를 개선하면, 시책별 탄소 감축의 성과를 증진하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총감축 효과를 극대화하여 탄소중립도시로 전환하도록 하는 계획 및 정책의 수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개발 사업별로 도입할 개별 시책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총감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개별 시책에 따른 감축량을 지자체 단위로 종합하여 관리하는 지자체 기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이 기구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연계시켜, 개발사업의 계획을 통해 기대하는 감축량을 지자체의 탄소감축 목표로 산정에 미리 반영해야 하고, 개발이 완료된 후에는 실제 감축 효과의 모니터링을 받드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마치며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된 법체계의 조정 역시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국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국토기본법에 따른 국토․도종합계획은 정부 부처들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 수립․집행하고 있고, 지자체 단위에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환경 부서에서,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개발 및 정비사업 계획 등은 도시계획 부서에서 각각 분리하여 수립․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사회 및 도시를 위한 계획 및 정책 업무의 실행 효과와 효율성이 낮아지게 된다. 이와 같은 법체계 아래에서는 탄소중립사회의 이행을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서로 긴밀하게 연계하여 충족시키기 어려우므로, 이원화된 법체계를 일원화시킬 수 있도록 법·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1)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2008). 『도시개발론』. 보성각
(2)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2009). 『도시계획론』. 보성각
(3) 이승일(2022).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역세권 개발론』. 커뮤니케이션북스
(4) 이승일(2025). 『탄소중립도시의 이해』. 커뮤니케이션북스
(5) 한국도시계획가협회(2021). 『도시계획 – 이론과 실제』. 기문당

이승일 / silee@uos.ac.kr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주)미래도시솔루션연구소 대표
한국도시계획가협회 회장
1983년 서울대학교 학사학위 취득한 후 1993년 독일 Dortmund 대학에서 석사학위, 1998년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시립대학교 재직 중 국제 및 국내저명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하였고, 탄소중립 및 스마트도시 관련 저서 3권을
단독 저술하였으며, 최근 5년간 환경부 탄소중립 선도도시뿐 아니라 GH공사 기후공시,
한국연구재단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과제 등 다수의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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