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8. 13:40ㆍ아티클 | Article/Issue3. 도시 계획 이슈
청년실버주거
2025년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전체의 45.6%가 부모와 떨어져 독립해 생활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3.1%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거를 선택할 때 통근·통학의 편리성과 현실적인 주거비 부담을 고려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실제 주거 실태를 살펴보면 10가구 중 8가구가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으며, 비아파트 거주 비율도 상당히 높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청년 가구 비율은 6.1%에 달했고, 1인당 주거면적은 평균 32.7㎡로, 고령가구 평균인 46.1㎡보다 현저히 좁았다. 이는 청년들이 주거환경 양호지역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다.
그동안 도시계획은 대규모, 단기적 주택공급에 집중해 왔으며, 청년층의 주거 수요를 세밀하게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청년 문제는 ‘정책적’ 측면에서 관심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었으나 2018년 주거 기본법 개정을 통해 청년이 주거 지원 필요계층으로 법제화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청년이 도심 접근성이 낮고 생활 여건이 열악한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월세 지원이나 전세대출과 같은 경제적 지원은 일시적 처방일 뿐, 장기적인 주거 사다리를 마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한 실태조사에서도,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으로 주거 정책을 꼽은 비율은 45.7%로, 일자리 정책(33.5%)보다 높아 주거에 대해 체감하는 문제의식이 더욱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반면, 고령 가구는 전혀 다른 주거 현실에 놓여 있다. 이들은 과거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자산을 축적해 왔고, 비교적 넓은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주거 형태를 보면 자가 비율과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으며, 실제 가구원 수에 비해 과잉 점유된 상태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 가구가 가진 주거 자산은 유동성이 낮은 특성을 지닌다. 대부분 실물자산이 1채의 주택에 편중되어 있어, 노후 생활을 위한 현금성 자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중·대형 주택의 기능 미활용은 도시의 역동성과 주택 시장의 순환성을 저해하며, 도시 전체의 자산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는 고령가구가 보유한 주택을 청년 및 신혼가구에게 재공급하고, 고령가구는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거 순환 모델’을 도입하여 추진 중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세대 간 자원 순환 및 교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는 고령가구가 보다 적합한 규모의 주택으로 다운사이징할 수 있도록 주택 매각 후 잉여 자산에 인센티브를제공한다. 매각 대금을 연금 계좌에 입금할 수 있도록 하여, 향후 돌봄 서비스나 주거 지원과 연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고령친화적이고 접근 가능한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세금 감면 및 리모델링 지원을 통해 영구적인 주택 소유 대신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주거 이동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주택의 가치를 장기간 유지하며 시장 활력을 높일 뿐 아니라 가계 자산의 유동성을 확보하여 국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핵심 정책 모델이다.
이제 도시계획은 본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배분을 넘어서,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세대 간을 연결하는 공간 순환시스템, 공유형 주거 플랫폼, 정량적 정책 설계 도구를 통해 “이 집은 모두를 위한 집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공간의 독점이 아닌, 공동체와 세대의 연결을 설계 해야 한다. 그러한 도시만이 진정으로 시민들의 삶의 환경을 위한 살아있는 도시다.
서울시는 역세권 등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단순한 주거 공간 제공을 넘어 청년들이 직장과 주거지를 가까이 두고 삶의 질을 높이는 직주근접을 실현하게 함으로써 주거 불안정 해소의 실질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이처럼 효과가 입증된 기존의 사업들을 양적·질적으로 더욱 확충하고, 청년들의 다양한 주거 수요를 포괄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안심주택은 물리적 접근성과 양호한 주거환경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청년뿐만 아니라 ‘액티브 시니어’까지 정책 대상에 포함시킨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공유형 주거모델을 제도화함으로써, 세대 간 공간 공유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령가구가 자발적으로 주거 공간을 축소할 수 있도록 세제 감면, 이사비 지원, 리모델링 지원 등이 결합된 통합적 주거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이 이뤄질 때, 주택은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정책의 설계 및 실행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GIS 기반 분석과 AI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해 공간 활용과 정책 효과를 정량적으로 예측하고 반영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성진욱 / sju762@naver.com
SH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청년·실버 주거전문위원회 위원장
2011년부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에서 도시계획 및 주택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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