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시 계획] 네덜란드의 기후위기 대응: 델타 프로그램과 적응형 도시계획의 진화 vol.2

2026. 6. 4. 15:57아티클 | Article/Issue4. 해외 도시 계획

개요
네덜란드는 국토의 약 26%가 해수면 아래에 위치하며, 약 59%가 홍수 위험에 노출된 나라다(PBL Netherlands Environmental Assessment Agency). 1953년 북해 대홍수(사망자 1,836명, 피해 면적 약15만 헥타르)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70여 년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기후적응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였다. 단순한 방재 인프라를 넘어 기후위기를 도시공간의 설계 및 재편 원리로 내재화한 점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본 글은 네덜란드의 핵심 기후적응 프로그램인 델타 프로그램(Delta Programme)과 그 대표 사업인 ‘강에게 공간을’(Ruimte voor de Rivier / Room for the River)을 중심으로 정책 흐름과 도시계획적 시사점을 고찰한다.

 

 

위치 및 사업 범위

구분 내용
대상 국가/지역 네덜란드 전역(라인·마스·왈강 유역, 해안 저지대)
주요 거점 도시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나이메헌(Nijmegen), 도르드레흐트(Dordrecht)
진행 기간 델타 프로그램: 2010~2100(장기 로드맵)
강에게 공간을: 2006~2015(공식), 일부 사업 2018년 완료

 

참여 기관

구분 기관명
발주처(공공) 네덜란드 인프라·수자원부(Ministerie van I&W), 델타위원회(Deltacommissaris)
집행기관 Rijkswaterstaat(국가수자원청), 각 지방 수자원위원회(Waterschap)
설계·계획 West 8, H+N+S Landscape Architects, De Urbanisten, Deltares 연구소
민간협력 Shell, Arcadis, Royal HaskoningDHV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사업비

사업 규모
Room for the River 총 사업비 약 23억 유로(한화 약3.3조 원, 국가 재정 전액 투자)
Delta Programme 델타기금(Delta Fund) 연평균 약 12.5억 유로(2037년까지 총 약 290억 유로 가용)

 

정책·제도 흐름: 방어에서 공존으로
• 1단계 - 델타웍스(Deltawerken, 1958~1997): 방어 패러다임
1953년 홍수는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국가 존재론적 위기였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1958년 델타법(Delta Works Act)을 제정하고 오스터스헬더(Oosterschelde) 방조제를 포함한 13개 대형 구조물을 건설했다. 총 사업비는 현재 가치 기준 약 50억 유로에 달한다. 이 시기의 패러다임은 “물을 막는다(keep water out)”는 방어적 공학 논리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라인강, 마스강의 연속 홍수(1993, 1995)와 생태계 파괴 논란이 겹치면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 2단계 - 강에게 공간을(Ruimte voor de Rivier, 2006~2018): 전환의 실험
2006년 공식 출범한 이 프로그램은 “물에 맞서는 대신 공간을 양보한다”는 철학을 국가 정책으로 제도화한 전환점이다. 총 34개 하천변 복원 및 친수 사업이 동시 추진되었으며, 핵심 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Depoldering(역간척):
기존 농경지를 하천범람원으로 환원하여 홍수 흡수 용량을 확대한다. 대표 사례인 나이메헌(Nijmegen)의 ‘강 이설 프로젝트’는 마스-왈 강 합류부에 길이 약 3km, 폭 150~200m의 측류(Side Channel)를 굴착하고, 기존 제방을 내륙으로 약 350m 이동시켜 홍수 시 유수를 분산하는 동시에 평상시에는 시민 수변공원으로 활용하는 다중기능 공간을 창출했다. 이 단일 사업만으로 약 35cm의 홍수위 저감 효과를 거두었으며(당초 설계 목표 27cm를 8cm 초과 달성), 2011년 뉴욕 국제워터프런트센터 최고영예상을 수상했다. 나이메헌 시는 이후 2018년 유럽 녹색수도상(European Green Capital Award)을 수상하는 등 기후적응 도시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았다.

둘째, 제방 후퇴(Dike Relocation):
기존 제방을 내륙으로 이동시켜 하천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뒤르스테데(Wijk bij Duurstede) 등 다수 지점에서 시행되었다.

셋째, 그린-블루 인프라 통합:
홍수 대응 기능을 갖춘 공원·습지·도시녹지 시스􀀀을 하천 관리 체계 안에 포함시켜, 생태계 서비스와 도시 쾌적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나이메헌 마스-왈 강의 역간척 사례 (©https://www.levenderivieren.nl)


• 3단계 - 델타 프로그램(Delta Programme, 2010~2100): 기후적응 국가 로드맵
2012년 1월 1일 시행된 델타법(Delta Act)은 델타위원(Deltacommissaris) 직위를 신설하고(7년 임기, 1회 연임 가능, 왕실 칙령으로 임명), 매년 의회 개원일(Prinsjesdag)에 ‘델타 프로그램 연차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기후적응을 단발성 정책이 아닌 영속적 거버넌스 제도로 법제화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유례가 드문 모델이다. 재원은 중앙정부 예산 내 별도 항목인 델타기금(Delta Fund)으로 확보되며, 2037년까지 연평균 12.5억 유로 이상이 배정된다.

델타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개 하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 하천(Deltaprogramma Rivieren): 2050년까지 하천 홍수 방어 기준 재정립 및 안전 표준 달성
· 해안(Deltaprogramma Kust): 사구·해안 방어선 연간 유지·보강,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별 대응
· 담수(Deltaprogramma Zoetwater):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염수 침투 대응, 농업·식수 공급 안정화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사업 및 계획
로테르담 기후적응 계획(Rotterdam Climate Proof, RCP)
로테르담은 ‘Floating Pavilion’, ‘Watersquare Benthemplein’ 등 혁신적 도시실험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출범한 로테르담 기후적응 계획 프로그램의 핵심은 도시 자체를 스펀지(Sponge City)처럼 설계하는 것이다.

Watersquare(빗물광장)

평상시 시민 광장·농구장·스케이트파크로 기능하다 강우 시 3개 저류 분지가 빗물을 수집하여 도심 침수를 차단한다. 2013년 12월 개장한 Benthemplein 광장은 최대 약 1,700m³의 빗물을 저류할 수 있으며, 저류된 빗물은 지하 침투 장치를 통해 지하수로 환원되거나 36시간 이내에 도시 수계로 방류된다. 이 프로젝트는 De Urbanisten이 2005년 로테르담 국제건축비엔날레에서 처음 제안한 유형학적 개념의 최초 실용화 사례로, 전 세계 도시로 수출되고 있다.

빗물광장 벤템플레인 Water square Benthemplein(©https://landezine.com)


Green Roof Program(녹색지붕 프로그램)

2008년 시작된 녹색지붕 보조금 사업으로, 2030년까지 총 800, 000m²의 다기능 옥상(녹화·빗물 저류·태양광 복합)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2018년 기준 약 360,000m²가 조성 완료되었으며, 로테르담시 전체 평지붕 면적 18.5km² 중 약 1km²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적격 지붕에 대해 m²당 최대 5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녹색 지붕 프로그램 Green Roof Program(©https://interlace-hub.com)


Rotterdam Floating District(로테르담 수상지구)

마스강 항구 지역 내 수상 주거·업무 복합 개발. 수위 변동에 적응하는 부유식 건축 기술을 상용화하여 해외 수출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로테르담 수상 지구 Rotterdam Floating District(©https://www.domusweb.itcom)

 

암스테르담 기후중립 도시 2050(Amsterdam Klimaatneutraal 2050)
암스테르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단순한 탄소 저감이 아닌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문제로 접근한다. 2020년 발표된 도넛 경제 모델(Kate Raworth)의 도시 적용 실험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전환
2040년까지 모든 가정의 천연가스 난방을 지역 열네트워크(geothermal + heat pump)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다수 지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순환경제 통합 Buiksloterham
지구를 ‘순환도시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건설 폐기물 제로화·물 재순환·도시 식량 생산을 공간계획과 연계하고 있다.

기후적응 도시재생
1960~70년대 개발된 저소득 밀집 지구(Bijlmermeer, Slotervaart)에 그린 인프라를 우선 투입하여 기후취약계층의 열섬·침수 피해를 선제 완화하고 있다.

2024년 국토환경법(Omgevingswet) 시행과 기후통합계획
2024년 1월 1일 발효된 환경·공간통합법(Omgevingswet)은 26개의 기존 환경·공간 관련 법령을 단일 체계로 통합한 대규모 입법 개혁이다.(2016년3월23일 제정, 수차례 시행 연기 후 발효) 핵심 변화로는 모든 기초지자체(Gemeente)가 기존 용도지역계획(Bestemmingsplan)을 통합환경계획(Omgevingsplan)으로 전환해야 하며, 허가 신청은 단일 디지털 포털(Omgevingsloket)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편,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Climate Stress Test)는 환경·공간통합법 자체의 법적 요건이 아니라, 델타 프로그램 공간적응계획(DPRA)에 의해 의무화된 것이다. DPRA는 모든 지자체에 2019년까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폭우·폭염·가뭄·홍수4개 테마)를 완료하도록 요구하였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리스크 대화(Risk Dialogue)와 이행 어젠다를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공간통합법은 이러한 기후적응 노력이 공간계획 전반에 통합될 수 있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시사점
네덜란드 사례가 제기하는 도시계획적 화두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단기 방재에서 장기 적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여전히 방재 인프라 중심(방조제, 저류지 확장)에 치우쳐 있다. 네덜란드는 홍수를 막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의 흡수·회복 능력(Resilience)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전환했다.

둘째, 다중기능 공간의 도시계획 제도화

‘강에게 공간을(Room for the River)’ 프로그램의 핵심은 홍수 완충지가 평상시 공원·농지·생태축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신도시·도시재생 사업에서도 기후적응 기능을 갖춘 오픈스페이스를 단순 녹지가 아닌 기반시설로 재정의하는 제도 개편이 요구된다.

셋째, 독립적 기후적응 거버넌스 구조

델타위원(Deltacommissaris)은 부처 칸막이를 초월하는 독립 직위로, 7년 임기의 비정치적 직위를 통해 장기 계획을 정치 변동으로부터 보호한다. 한국의 국가 기후위기 대응 체계는 아직 부처별 분산 구조에 머물러 있어, 통합 거버넌스 모델 도입이 시급한 과제다.

넷째, 기후공간계획의 제도적 연계 강화
네덜란드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의무화(DPRA)와 통합환경계획(Omgevingswet)의 결합은 개별 사업 단계에서 기후 취약성을 사전 검증하고 공간계획에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도시개발 사업승인 체계에도 유사한 기후영향평가 제도화논의가 필요하며, 이는 현재 추진 중인 공공주택지구 개발계획(3기 신도시 등)에도 직접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다.



 

박완서 / ws.park@bh-eng.co.kr

()비콘힐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이사, 전략사업실 실장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이사

세종대학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UCL에서 도시설계 석사를, TU Delft에서 도시학 석사후과정을 졸업했다.

공공토지 매각 컨설팅, 공모기획, 신도시 특화계획, 사업타당성검토 등

다양한 업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의 매개자로써 역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