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회 - 경기도] 경기도 자족도시의 꿈을 3기 신도시에서 이룰 수 있을까?_정동훈 2026.01

2026. 1. 28. 19:57아티클 | Article/Issue2. 국내 도시 이슈

3기 신도시 5곳 중 상당수가 서울과의 접근성을 기반으로 특정 산업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간 자족기능의 편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인 지역에서는 장기 공실과 자족용지의 비효율적 활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미분양 문제를 넘어, 계획 인프라의 유지관리 비용 증가, 주변 상권의 침체,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 등 연쇄 효과를 초래한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이 약속한 자족도시의 비전은 직주근접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였다. 주거·산업·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도시 모델, 이는 수도권 과밀 문제를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매혹적인 구상이었다. 그러나 착공 단계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 드러나는 현실은, 계획과 수요 사이의 괴리, 산업 전략의 획일성, 제도적 제약과 같은 복합적 한계를 보여준다. ‘경쟁적 일자리 만들기=자족시설 면적비율 증가로 계획되고 있는 3기 신도시 계획에 대하여 짚어보고자 한다.

수도권 신도시와 교통망(ⓒ정동훈)

 

수도권의 3기 신도시와 경기테크노밸리(TV), 각종 산업단지를 합산하면 자족용지 공급 규모는 약 1,300에 달한다. 이는 2기 신도시(428)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물량이다. 그러나 공급이 늘었다고 해서 자족기능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인접지와 기존 산업집적지 인근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요가 예상되지만, 경기 동북부와 같은 자연보전권역이나 기존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은 기업 유치가 쉽지 않다. 3기 신도시 5곳 중 상당수가 서울과의 접근성을 기반으로 특정 산업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간 자족기능의 편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인 지역에서는 장기 공실과 자족용지의 비효율적 활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미분양 문제를 넘어, 계획 인프라의 유지관리 비용 증가, 주변 상권의 침체,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 등 연쇄 효과를 초래한다. 특히 자족용지의 상당수가 지식산업센터나 데이터센터 등 단일 업종 중심으로 개발되면,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고 지역 고용창출 효과도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있고,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트럼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개수와 사용면적이 늘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지자체의 기업유치는 다른 지자체에서 기업의 이전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국내 일자리 전쟁은 제로섬 게임과 같을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는 소중한 그린벨트를 풀어 토지를 만들었다. 자족용지 미분양으로 비워둔 채 또다시 그린벨트를 풀어 신도시를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신도시 내 자족용지를 아무리 넓은 토지로 계획하여도 수요에 대한 검증 없이 계획되고 있는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자족용지의 과잉공급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식산업센터는 자족용지의 대표적 개발 형태가 되었지만, 그 성격이 산업 기반보다는 부동산 투자상품에 인식되었다. 정부 규제와 경기 불황이 맞물리며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공실이 심화하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

 

신도시의 자족용지는 부동산개발업자에 공급되어 지식산업센터라는 획일화된 개발이 진행되었다. 이는 신도시를 만든 공공시행자가 지역 특성과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 전략의 결과다. 산업단지와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입주기업에 대한 업종제한도 없어 임대를 위한 투자상품으로 분양되었다. 동일한 면적의 자족용지를 산업단지로 만들려고 하면 산업단지 조성계획에서 수요조사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나, 신도시에서는 임대주택건설의 대명분 아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고 있다. 신도시 내 자족용지를 아무리 넓은 토지로 계획하여도 수요에 대한 검증 없이 계획되고 있는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자족용지의 과잉공급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경기도 내 자자체 대부분이 동일한 산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지자체가 같은 산업을 선택하면 지역 간 산업 경쟁은 과열되고, 한정된 투자와 인재가 일부 거점에 집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특히 첨단 제조·R&D 분야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네트워크, 연구 인프라, 인재 풀의 집적이 필수적인데, 이를 갖추지 못한 지역에서는 산업 전략이 선언적 목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기-테크노밸리가 추진되고 있는 지자체 열네곳의 산업발전 방향을 검토한 결과 여덟 곳이 바이오헬스산업을 희망하고, 여섯 곳이 SW/R&D, 다섯 곳이 정보통신과 모빌리티를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있었다.(경기-테크노밸리 자족활성화 방안수립연구, GH, 2025) 이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첨단산업이나 트랜디한 산업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 지자체의 산업발전 방향(ⓒGH 경기주택도시공사)

 

3기 신도시 자족도시의 꿈이 이루어질지는 ‘얼마나 많이 공급하나’보다 ‘얼마나 잘 채우나’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중심의 양적 목표에서 질적 자족성으로의 전환이다.

 

경기 동·북부의 경우 자연보전권역이라는 입지에 따른 제약이 있지만, 대신 친환경·녹색산업, 관광·레저, 문화콘텐츠 등 지역 자원과 연계한 산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경기 남·서부처럼 이미 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은 첨단제조나 R&D 중심으로 고도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결국 자족도시는 모두가 첨단이 아니라 각자의 특화가 필요하다. 기업유치를 원하는 지자체는 공공시행자에게 자족시설의 면적비율 증대 요구에 앞서 법인세 감면 등 친기업적 제도를 만들고 해외기업 유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테스트베드 제공 등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노력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다.

 

자족도시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산업용지 공급이나 기업유치에 달려 있지 않다. 그 도시에서 일하고 거주하며 여가를 즐기는 직··락 환경이 균형을 이뤄야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산업시설만 있고 주거·문화 인프라가 부실하면, 도시는 낮에는 붐비고 밤에는 비는공동화 현상에 직면한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세계적 수준의 IT·R&D 집적지로 성장했지만, 주말·야간 인구 감소율이 60%이상(성남시 통계연보, 2023)에 달하며 대표적 공동화 사례로 꼽힌다. 통계청의 ‘2022 수도권 통근통학 인구이동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편도 38.4분이다. 그러나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일부는 광역 교통망 개통 전까지 1시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국토교통부, 2024). 이런 조건에서는 직주근접이 아니라 원거리 통근형 신도시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직주근접을 원하는 창의인재 유치와 정주를 위한 근로자 주택 패키지 공급 기숙사와 생활SOC 결합 스마트 모빌리티 도입이 필요함에 따라 이전기업 근로자 대상 임대주택 우선 공급 및 분양주택 특별공급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자족도시의 생활SOC는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핵심 기반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인프라 통계에 따르면, 문화시설 접근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청년층(20~39) 순 유입률이 평균 8.2%p 높다. 이는 청년층이 주거지를 선택할 때 생활·문화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기능만으로는 도시가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 그곳에서 일하고, 살고, 즐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진정한 자족이 가능하다.

 

3기 신도시 자족도시의 꿈이 이루어질지는 얼마나 많이 공급하나보다 얼마나 잘 채우나에 달려 있다. 수치와 면적 비율은 시작일 뿐, 지역별 특화 전략, 산업과 생활의 조화, 제도적 뒷받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족도시는 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중심의 양적 목표에서 질적 자족성으로의 전환이다. 균질한 첨단산업의 나열이 아니라, 지역성과 다양성을 담아낸 산업·문화·생활 생태계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은 현실이 될 것이다.

 

 

 

정동훈 / dh.jeong1@gmail.com

()비콘힐그롭 총괄 대표,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이사

아주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에서 도시개발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콘힐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를 창업하여 엔지니어링, 컨설팅, 중개법인 등

종합부동산 전문회사인 비콘힐그룹으로 성장시켜 총괄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