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4. 15:57ㆍ아티클 | Article/Issue3. 도시 계획 이슈
1. 탄소중립의 개념과 도시 관점에서의 의미
탄소중립(Net-Zero)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감축하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잔여 온실가스는 산림 등의 자연적 흡수원이나 기술적 제거 방식(CCUS 등)을 통해 상쇄하여 실질적인 순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거나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도시 관점에서 탄소중립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산업화 이후 형성된 기존의 확산형 도시 구조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이는 장거리 이동을 유발하고 교통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대기오염과 탄소 배출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되어 왔다.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의 도시 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 지역은 전 세계 지표면의 약 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75%, 탄소 배출의 70% 이상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은 도시가 탄소 배출의 주요 발생지임과 동시에 탄소 감축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공간임을 의미한다.
주요 경제 활동과 인구가 집중되는 도시에서는 직주 근접 구조와 고밀·복합 개발을 통해 이동 수요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고, 단순한 에너지 소비처였던 도시 공간을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시 공간계획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계획요소 도입과 구체적인 실행수단 마련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2. 탄소중립도시에 대한 법·제도 및 정책 동향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국가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법적 의무로 명문화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국가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 법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였다.
국제적으로도 탄소중립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후중립도시 100(Climate-Neutral Cit\-ies 100)’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100개의 탄소중립 도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독일은 산업도시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루르(Ruhr) 혁신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탈탄소 선행지역’을 지정하여 지역 단위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신성장 4.0 추진전략’을 통해 탄소중립도시 조성 방향을 제시하였으며, 이어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국가 차원의 실행 전략을 구체화하였다.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여 건축, 교통, 도시 등 다양한 부문에서 탄소 감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탄소기본법 시행령(2022)에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역·공간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흡수량 등의 정보를 반영한 지도를 작성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되면서 ‘탄소공간지도(Carbon Spatial Map)’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탄소의 배출·흡수량 정보를 도시 및 지역의 공간단위 기반(격자, 행정구역 단위 등)으로 시각화, 지도화한 것으로 탄소중립형 도시계획 수립, 탄소중립도시 조성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21년에는 도시 차원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제도화하기 위해 「도시·군기본계획 수립지침」과 「도시개발 업무지침」을 전면 개정하여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탄소중립 계획요소를 반영토록 하였다.
3. 생활권 단위 탄소중립 접근의 필요성
탄소중립 정책을 ‘생활권 단위’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이 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활권 단위의 탄소중립 공간계획은 도시 전체보다 구체적이며, 개별 건물 단위보다 통합적인 계획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은 전략 단위라 할 수 있다.
생활권은 일반적으로 보행 또는 자전거 이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거, 업무, 상업, 교육, 의료 등 일상생활의 주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단위를 의미한다. 이 규모는 에너지 소비, 이동, 생활 활동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계획 개입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단위이기도 하다.
특히 탄소 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 부문을 고려할 때,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도보와 자전거 중심의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 업무, 상업, 교육, 의료 등 일상적 생활 기능이 보행권 이동 범위에서 이용 가능한 생활권 구조로 도시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탄소중립은 정부 정책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시민 참여와 지역 공동체의 실천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한 과제이다. 분리배출, 공유경제, 에너지 절약 등 일상적 실천은 생활권 단위의 지역 공동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15분 도시(Ville du quart d’heure)’ 개념을 통해 생활권 단위 도시구조로 재편하고 있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수퍼블록(Superblock)’ 모델을 통해 자동차 중심의 도로 공간을 보행과 녹지 중심 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적 공간계획과 ‘15분 도시’와 같은 도시 모델을 적용할 경우 기존 도시 개발 방식에 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3~26%까지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 생활권 단위 탄소중립 공간계획 요소 및 실현방안
탄소중립 계획지침을 제시한 ‘도시·군기본계획 수립지침’은 생활권 단위의 탄소중립 공간계획 요소도출 및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공간구조, 토지이용, 교통, 주거환경, 환경에너지, 공원녹지 등 각 부문별 계획에 탄소중립 내용을 반영토록 하고 있다.
각 부문별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배출 최소화, 흡수원 확대, 자원순환 등 탄소중립 달성 유형으로 분류해 보면 생활권 단위에서 적용가능한 탄소중립 공간계획 요소에 대한 분석과 도출이 가능하다.
탄소중립 달성 유형별 계획요소를 정리해 보면, 배출최소화 유형으로는 탄소중심형 공간구조 개편, 보행 및 친환경 녹색교통수단 확대, 교통시설 환승체계 개선, 녹색건축물 및 그린인프라 확충 등으로, 흡수원 확대 유형으로는 도시숲, 공원 등 녹지공간 확대, 건물 및 인공구조물 입체적 녹화, 수환경과 연계한 열섬 완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원순환 유형으로는 주택 신재생에너지 도입, 탄소중립형 주택공급, 제로에너지 건축, 폐기물 자원순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시·군기본계획 수립지침’상 부문별 탄소중립 계획지침과 달성유형의 분류
| 구 분 | 주요 부문별 계획지침 | 탄소중립 달성 유형 | ||
| 배출 최소화 |
흡수원 확대 |
자원 순환 |
||
| 공간구조 | ∙화석연료 소비 최소화,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유리한 공간구조 개편방향 제시 | ● | ● | |
| ∙도시숲, 공원, 녹지, 건물 녹화 등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 | ● | |||
| ∙공원녹지 등과의 접근성 개선, 건물 등 인공구조물을 활용한 입체적 녹화 | ● | |||
| 토지이용 | ∙탄소중립 달성위한 적정 규모와 용도의 토지수요 예측과 토지이용방침 제시 | ● | ||
| 기반시설 | ∙차량 및 교통시설에 의한 온실가스 과다 배출, 대기오염, 소음, 진동, 경관 저해, 자연생태계 단절에 문제없도록 계획 | ● | ||
| ∙차종별 연료 및 온실가스 배출계수 등을 고려, 도시 내 교통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 | ● | |||
|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 저감을 위해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및 친환경 녹색교통 수단 확대 | ● | |||
| ∙교통시설들의 환승시간을 단축하고 이용자 편익 증진과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해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발휘되도록 계획 | ● | |||
| ∙물류활동 전반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녹색물류 체계 계획 | ● | |||
| 도심 및 주거환경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그린 리모델링, 녹색건축물의 확대, 그린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개발전략과 실천수단 강구 | ● | ● | |
|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과 자연순환, 신재생에너지 도입 잠재력 등을 고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주거환경 구축하고 온실가스 감축방안 제시 | ● | ● | ||
| ∙제로에너지 건축 등 주택에너지 효율화, 주택 주변부 식재 등 탄소 흡수원 확충방안 등 탄소중립 지향형 주택공급방안 제시 | ● | ● | ||
| 환경보전과 관리 | ∙수환경과 연계하여 열섬 현상 완화토록 계획 | ● | ||
|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옥상, 벽면 녹화 및 관련시설 설치 | ● | |||
|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최소화, 자원순환 유도하도록 온실가스 감축방안 제시 | ● | ● | ||
| ∙지역에너지 수요,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 등 고려, 에너지원별 공급방안 제시 | ● | |||
|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공급시설 건설시 대기오염물질, 온실가스 감축방안 제시 | ● | |||
| 공원녹지 | ∙공원녹지의 온실가스 흡수량 설정하고 공원녹지 확보계획 수립 | ● | ||
| ∙공원녹지 식재수목의 종류는 지역의 생태여건, 온실가스 흡수효과 고려, 설정 | ● | |||
| ∙도심 바람통로, 미기후와 연계하여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입지 및 조성계획수립 | ● | |||
이러한 계획요소들을 토대로 생활권 단위에서 탄소중립 공간계획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실현 방안의 접근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도시정책의 대안이 된 ‘15분 도시’의 계획이념과 실행수단의 기반 위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이는 친환경 도시계획 모델로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계획요소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권 단위에서 탄소중립 공간계획 실현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토지이용관점에서 다기능 고밀복합개발의 추진이다. 콤팩트 시티 모델로 생활권 중심지에 업무, 상업, 문화 기능 등을 도보권 내로 집중시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즉, 도보권 이용으로 주민들의 통행빈도와 이동거리를 줄이고 생활권을 벗어나
차 타고 중심지로의 이동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세권의 경우는 고밀복합개발지역에 대중교통 이용 접근성을 제고하고 보행이용을 촉진하는 대중교통중심개발(Transit-Oriented Develop\-ment, TOD)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를 위해 고밀복합개발에 따른 비건폐공간에 녹지공간의 확보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오테마치 타워의 경우 ‘오테마치 가든(Otemachi Garden)’이라는 대규모 자연형 옥외정원을 함께 조성하여 생물다양성과 함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평가된다. 서울시도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시행 시 용적률, 높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개방형 녹지를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둘째, 저탄소 교통 및 보행 중심 공간구조의 형성이다. 15분 생활권은 집에서 도보나 자전거로 직장, 학교, 식료품점, 사교활동, 운동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15분 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탄소배출량을 크게 저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도로 공간의 재편(도로 다이어트 등)을 통해 보행로,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고 중심지 등 일상공간을 연결하는 생활권 내 녹색교통망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특히 도시 열섬 현상 완화, 탄소 흡수를 위해 「보행로+자전거도로+녹지」가 결합하는 녹도(green way) 형태의 보행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권 거점에는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자전거, PM(개인용 이동장치), EV자동차 충전시설 등을 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유 모빌리티 허브’ 조성도 필요하다. 이는 이른바 ‘First-Last Mile’ 이동을 탄소 배출없이 연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생활권 내 정형화된 블록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수퍼블록(Superblock)’ 형태의 대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수퍼블록은 블록 내 도로에서 자동차 진입을 최소화하여 보행자와 자전거에 우선권을 주고, 남는 여유 공간을 공공녹지, 휴식 공간, 커뮤니티 공간으로 전환하는 개념이다. 이는 도로의 효율성보다는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는 접근 방식이다.
셋째, 탄소 흡수원 확충과 열섬 완화를 위한 블루-그린 네트워크 구축이다. 공원, 녹지, 학교숲 등 도시녹지를 생활권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확충하고 네트워크화해야 한다. 또한 자투리 토지를 활용한 쌈지공원 조성, 어린이 이용률이 낮은 어린이공원의 소공원 전환 등 생활권 녹지의 질적 개선도 필요하다.
도로변 유휴부지에 다층 구조(교목-관목-지피식물)의 숲을 조성하고 옥상 녹화, 벽면 녹화, 실내 정원 등 입체적 녹화의 적극적인 유도가 필요하며,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면 증가에 대응하여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LID)을 통해 자연적인 물순환 체계가 유지되도록 한다.
생활권 내 복개되어 있는 지천이 있는 경우 도시 열섬 현상을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고, 보행로 및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여 여가 공간 및 녹색교통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탄소중립형 15분 도시’는 단순히 편리한 도시를 넘어, 지구를 위한 저탄소 라이프 스타일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도시공간계획 수립 시에는 ‘탄소중립지향의 생활권 계획’을 중요한 계획 원칙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시기본계획의 생활권 계획, 지구단위계획 등 제도적인 계획의 틀 속에서 지역 특성과 공간 여건에 맞는 맞춤형 탄소중립 계획요소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수단과 실행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호순 / hosoony61@naver.com
(주)미래E&D 부대표, 서울정동사회적협동조합 이사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상임이사, 도시생활권위원회 위원장
1986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도시계획 전공)을 졸업하고 서울시정연구단에서 전임연구위원을 역임하였다.
민간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30여 년간 공공정책 계획과 민간의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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