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4. 15:57ㆍ아티클 | Article/Issue3. 도시 계획 이슈
평택 고덕신도시 함박산 공원을 중심으로
1. 기후위기 시대, 신도시 계획의 새로운 기준
오늘날 신도시 계획은 더 이상 주택공급과 기반시설 확충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폭염, 집중호우, 미세먼지, 가뭄,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기후위기 현상이 도시의 일상적 위험으로 전환되면서, 이제 신도시 계획은 개발계획인 동시에 기후대응계획이어야 한다. 특히 대규모 토지이용 변화와 인구 유입을 수반하는 신도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탄소저감, 물순환 회복, 생태네트워크 복원, 열환경 완화 기능을 구조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LH의 신도시 계획은 점차 기능 중심의 토지개발에서 성능 중심의 도시계획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의 공원녹지가 경관 향상과 휴식 공간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면, LH의 도시경관처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공원녹지 계획은 도시의 탄소흡수원, 빗물저류장치, 미세먼지 저감장치, 생물서식처, 바람길의 매개체로서 다층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LH 신도시의 공원은 도시의 ‘남는 공간’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평택 고덕신도시의 함박산 중앙공원은 이러한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공원은 단순한 중심공원이 아니라 신도시의 기후감수성과 생태적 복원력을 공간적으로 구현한 실험적 모델이며, LH가 제시하는 탄소저감형 공원녹지 계획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 함박산 공원: 신도시 중심공원에서 에코 스펀지 파크로
평택 고덕신도시는 약 1,336ha 규모의 사업지구에 약 285ha의 공원녹지를 계획한 대규모 신도시이며, 이 가운데 함박산 중앙공원은 약 67.149ha의 핵심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조성 기간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로, 장기간에 걸쳐 도시 구조와 연동된 중심 녹지축으로 계획되었다. 공원 내부에는 에코센터, 함양지, 실개천, 정화분수, 중앙호수, 생태육교, 숲속놀이터, 인공식물섬, 오차드가든 등 다양한 시설과 공간이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이용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라 생태·수문·경관 기능을 통합한 마스터플랜의 결과다.
함박산 공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LH가 제시한 “에코 스펀지 파크(Eco Sponge Park)”이다. 이 개념은 개발로 인해 훼손된 녹지를 복원하고, 공원이 빗물을 머금고 저장하며, 생태계의 순환을 회복하고, 동시에 시민의 이용과 도시의 환경 성능을 함께 높이는 다기능 공원 모델을 의미한다. 즉, 공원을 하나의 조경 공간이 아니라 도시 시스템의 일부로 이해하는 접근이다.

이 공원의 공간구성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계획안은 UNESCO MAB(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의 개념을 응용하여 공원을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으로 구분하였다. 핵심지역은 함박산 원형보전지와 주요 생물서식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보전 기능을 우선시하고, 완충지역은 생태복원과 저영향 이용을 조화시키며, 전이지역은 시민 이용과 프로그램 수용 기능을 담당한다. 이는 생태보전과 도시 이용이 충돌하지 않도록 공간 구조 자체를 계층화한 방식으로, 최근 도시공원 계획에서 점차 중요해지는 보전-이용 통합 모델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함박산 공원은 단일 평면적 공원이 아니라 녹지축, 물길축, 바람축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구조로 계획되었다. 녹지축은 기존 함박산 숲과 주변 공원녹지를 연결하여 산소생산과 생태연속성을 높이고, 물길축은 재활용 물순환 시스과 실개천, 함양지, 호수, 습지를 잇는 수문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바람축은 개방공간과 녹지의 배치를 통해 도시 내 공기 흐름을 유도한다. 이러한 축 개념의 적용은 함박산 공원이 단순히 점적인 녹지공간이 아니라 신도시 전체와 상호작용하는 환경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3. 탄소저감형 공원녹지의 핵심: 훼손지 복원과 탄소상쇄숲 조성
함박산 공원 계획의 첫 번째 핵심 전략은 탄소상쇄숲 조성이다. 중요한 점은 이 전략이 단순한 식재 확대가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훼손지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는 데 있다. 계획 자료에 따르면 함박산 일대에는 과거 축사와 공장 부지, 절개지, 토양침식 구간 등 훼손된 지역이 존재했으며, 이를 복토하고 원지형에 가깝게 복원한 뒤 생태 모델숲을 도입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이 과정에서 참나무류 중심의 교목층뿐 아니라 관목덤불, 초지, 습지식생 등 다층구조 식생을 적용하여 탄소흡수 기능과 생물서식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였다.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진달래, 조팝나무, 때죽나무 등 지역 생태 조건에 부합하는 식생을 활용하고, 실개천·식생체류지·생태습지·조류 먹이터·양서류 산란처를 함께 조성함으로써 숲과 물, 서식처가 통합된 생태계 외연 확장형 복원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도시녹지 계획에서 강조되는 ‘서식처 기반 설계(habitat-based design)’의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함박산 공원은 단순히 기존 숲을 보전하는 수준을 넘어서, 원형보전지와 훼손지 복원지를 연계하여 숲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타세쿼이아 존치구역, 배나무 존치구역, 백로 서식처, 양서류 서식처, 생태통로 등의 계획요소는 기존 자연자원의 흔적을 새로운 도시공원 구조 속에 편입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개발 이전의 자연과 개발 이후의 공원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생태기반을 도시계획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러한 계획의 성능은 정량적 목표에서도 확인된다. 함박산 공원 관련 계획에서는 약 42.8ha의 탄소상쇄숲 조성을 통해 연간 325톤 수준의 온실가스 흡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3기 신도시 전반으로 확장할 경우 총 225ha 규모의 탄소상쇄숲을 통해 연간 2,525톤의 이산화탄소 흡수가 가능하다는 구상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공원녹지는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도시 차원의 탄소관리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4. 물을 흘려보내는 도시에서 물을 품는 도시로 : 생태순환과 물순환 체계
보다 주목되는 점은 물순환 체계가 단순히 우수처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획안에는 빗물뿐 아니라 하수처리 재이용수를 공원과 하천에 공급하는 순환 구조가 포함되어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재이용수를 가압 공급하여 실개천, 함양지, 중앙호수, 식생체류지, 하천으로 연결하고, 다시 자연유하와 방류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는 도시 기반시설과 공원녹지를 분리된 체계로 보지 않고, 수자원 순환의 관점에서 통합한 계획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부 공간계획을 살펴보면, 함양지는 단순한 저류지가 아니라 지표수와 재이용수를 수용하고 정화하는 기점이며, 실개천은 공간 체험 요소인 동시에 서식처 연결축 역할을 수행한다. 식생체류지와 인공식물섬은 질소·인 등 영양염류 저감과 수질개선에 기여하고, 정화분수와 중앙호수는 체류·침전·폭기 기능을 통해 수환경의 안정성을 높인다. 또한 자연형 소재, 벤토나이트 차수, 부정형 수공간, 다층식재, 돌무더기와 통나무 놓기 등은 수공간의 생태성을 높이고 야생동물의 은신처와 이동경로를 보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러한 물순환 전략은 결국 도시 홍수 대응, 비점오염 저감, 수생태계 복원, 열환경 완화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효과를 낳는다. 함박산 공원은 공원을 통해 도시가 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이 도시의 수문 기능 자체를 회복시키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5. 함박산 공원이 보여주는 신도시 계획의 새로운 방향
함박산 공원의 의미는 개별 공원 하나의 완성도에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례가 LH 신도시 계획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최근 LH가 발표한 공기정화 도시숲 계획에서도 이러한 방향은 분명하게 이어진다. LH는 3기 신도시 공원·녹지에 공기정화 도시숲을 조성하고,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흡수, 폭염 완화, 화재 대응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큰 나무 군락 식재, 미세먼지 흡착·흡수 수종 도입, 내화수종 비율 확대 등의 전략은 함박산 공원에서 구현된 탄소상쇄숲·기후대응형 녹지 개념과 맥을 같이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지속가능한 관리체계다. 함박산 공원 계획은 평택시, 시민, 지역 커뮤니티,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관리 거버넌스를 제시하고 있으며, 에코센터를 운영 거점으로 설정해 공원의 유지관리와 시민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있다. 이는 기후대응형 공원이 조성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운영 과정 속에서 성능이 유지되고 확장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 신도시 계획은 공원녹지의 탄소흡수 효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 물순환 성능, 생물다양성 증진 효과를 장기적으로 계량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한층 정교해져야 한다. 또한 거점공원 중심의 전략을 생활권 녹지, 가로녹지, 수변축, 생태네트워크와 연동해 도시 전체의 기후적 성능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계획·설계·시공·운영이 분절되지 않도록 제도와 조직의 통합적 접근도 중요하다.
함박산 공원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계획하고 조성하는 새로운 도시는 얼마나 많은 시설을 공급했는가보다, 얼마나 적은 탄소로 작동하는가, 얼마나 많은 물을 품고 순환시키는가, 얼마나 다양한 생명을 수용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평택 고덕신도시 함박산 공원은 그 기준을 공간으로 구현한 사례이며, LH 신도시 계획이 기후변화 시대에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선행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김영인 / k0in@naver.com
한국토지주택공사 스마트시티사업팀장, 공학박사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신도시개발전문위원회 위원장
2003년 한국토지공사에 입사하여 2기신도시 및 3기신도시 계획, 도심복합개발과 도시재생, 신사업모델 개발 업무를 거쳐
현재 3기 신도시 등 LH의 스마트시티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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