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8. 17:27ㆍ아티클 | Article/Issue3. 도시 계획 이슈
도시건축
변화하는 도시, 고정된 제도
현대 도시환경은 급속한 사회 변화와 경제적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법제도와 도시계획 체계는 여전히 경직되어 있으며, 특히 건축의 자유로운 대응력을 저해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계획은 인구 기반 계획, 고정된 용도지역, 정치 권력의 직접 개입 등으로 인해 실질적 변화 수용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은 오브제로 전락하고 있으며, 도시계
획은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계획’이 아니라 사후적 정당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도시계획의 경직성과 건축의 소외
현재 우리나라 도시계획은 현실의 속도와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생활권 계획조차도 여전히 ‘인구 수’나 ‘세대수’ 기반으로 작성되며,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이나 새로운 주거 방식(예: 한달 살기나 공유 주택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신도시 역시 마스터플랜이 마치 ‘템플릿’처럼 반복되며, 실제 생활수요보다는 처분 용지와 중앙공원 등 의무적인 정량 비율에 집중된다. 지역의 특성과 장점, 특히 지역 산업에 대한 이해가 반영되지 않아 살아있는 도시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결과, 건축가는 제도 밖에서 상품화된 개발 논리 안에 갇혀, 도시와 사회의 변화에 응답할 수 없는 위치에 처해 있다.
더구나 지나친 전문영역의 분리로 건축사들이 도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역으로 도시는 건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도시 구성이 조화보다는 개별적 내용들을 나열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건축은 도시적 맥락과 연계적이지 않고 오브제로 고립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건축가가 도시 전반에 대한 권한이나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이며, 다시금 도시계획과 법제도 구조 안에서 건축사가 독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건축의 언어’가 발현될 수 있는 조건을 회복해야 한다.
계획의 정치화와 제도적 왜곡
도시계획은 정치적 변화에 따라 수시로 뒤집히며, 그 불안정성이 건축을 포함한 도시환경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재개발 억제 정책과 재개발 유도는 정치적 이유로 강력하게 추진되는데, 이런 상반된 철학은 동일한 도시 구역에서도 수차례의 계획 변경과 용적률 상향 이 발생하였다. 도시와 건축은 다양해서 각각의 위치와 상황, 장소성 등의 수많은 요소로 재개발을 유도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도시재생으로 재개발의 방향을 순화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ll or Nothing’은 우리나라 도시의 생명력을 단축시키거나 기형적 도시로 만드는 요인이다. 이처럼 ‘도시계획’이 아닌 ‘정치계획’에 가까운 현실은 장기적이고 일관된 건축 기획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 예로, 세운지구 마스터플랜과 재개발 발표를 보면 정치화한 행정력의 권력 지향에 따라 조삼모사처럼 수시로 사업계획이 바뀌고, 도시정비구역 역시 이해관계와 정치적 이유로 수시로 해제와 설정이 반복된다. 이 사례는 건축이 사회와 연결된 실천이자 윤리적 행위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도시계획의 가변성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정치 편향적 행정 권력의 임의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본질적으로 도시에 대한 고민과 탐구, 본질적 도시의 삶에 대한 도구로 건축을 분석하면서 나와야 하는 가변성이다.
세운상가 일대 정비계획의 변화
| 연도 | 주요 발표 내용 기준 | 특징 및 쟁점 |
| 1980 ~2000년대 초 |
-구역 내 기계⋅공구 상가 및 중소제조업 중심으로 도심형 산업이 강세였음. -1988년 ‘세운상가 2⋅3구역’ 재개발계획 지정 등 초기 재개발 논의가 존재 (경향신문) |
도심 제조업이 존재했음에도, 산업생태계 기반 을 고려한 재개발 전략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옴.(경향신문) |
| 2003년 ~2009년 |
-2003년 ‘도심형 재개발모델 개발단계(경향신문) -2009년 세운재정비촉진계획 수립: 도심 통개발 방식으로, 대형 블록화, 대규모 철거 재개발 방식 제시됨.(서울 정책 아카이브 Seoul Solution) |
기존 산업체 및 상가 소유구조 복잡성이 충분 히 반영되지 않은 채 ‘통큰 개발’ 방식이 강조 됨. 이후 갈등·지연이 반복됨. |
| 2013 ~2014년 |
-2013년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준비.(서울정책아카이브 Seoul Solution) -2014년 3월 ‘세운재정비촉진계획변경’고시 : 대형 통개발 방식에서 중소단위 정비 및 기존 상가 존치 방향으로 전략 전환.(sewoon.org) |
핵심 변화: 철거 → 존치 + 중·소규모 정비로 방향 전환. 산업생태계·지역상권 보존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옴. |
| 2015년 | -다시세운 프로젝트 발표 : 도심 제조업+ 보행환경+공동체활성화 등 ‘재생’개념이 본격 등장(sewoon.org) | 재생 전략이 산업재생과 도시환경 개선을 함께 담기 시작함. 기존 정비 중심에서 기능 복합적 전환. |
| ~2020년 | -2020년 3월: 서울시 발표 “세운상가 일대보전-혁신 어우러진 도심제조산업 허브”전략.(서울시 뉴스)-산업거점 8곳 조성, 기술전수.시제품개발지원 등 산업생태계 기능 강화. | 산업생태계 회복·강화에 대한 정책목표가 명시 됨. 다만 실제 기업/인력 유입 성과 등은 저평가됨. |
| 2022년 ~2023년 |
-2022년 4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발표 : 고밀개발+녹지축 조성병향 방향(sewoon.org) -2023년 10월 : 최고 41층 빌딩 5개동 들어간다는 보도.(조선일보) |
최근에는 산업재생뿐 아니라 도시환경·경관·녹지축 등 ‘도시브랜딩’ 요소까지 강화됨. 한편 기존 제조업 기반과의 조화·충돌 여부가 논점. |
| 2024년 | -2024년 11월 :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발표 : 사업기간 2015-2019에서 2015-2024로 연장, 산업재생 보행로 등 사업현황 갱신됨(서울특별시청) | 사업 실현 지연·정책 변화 등을 반영한 ‘현행화’단계. 또한 산업생태계 보존과 균형개발이 정책문구로 등장. |
도시계획의 가변성과 탄력적 건축의 실현
도시계획은 고정된 틀을 벗어나,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 그리고 시민 삶의 방식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상향식 제안 적용 방식의 제도 도입
지자체나 민간에서 실험적 공간 계획을 제안하고, 성공적 사례는 중앙정부가 제도화하는 방식의 ‘상향식 제안 적용’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시계획과 건축에 접목하는 것으로, 건축사나 지역 주체가 실험적 공간 구성을 제안하고, 검증을 거쳐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도시공간의 한 블록이라도 비어 있는 공간에 대한 제안이 가능해야 하며, 그 실현이 제도 정비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2) 용도구분 및 건축법 개편
현재 한국의 건축법은 오피스텔, 기숙사, 레지던스, 고시원, 생숙(생활숙박시설) 등 공간의 실제 사용과 관계없는 법적 구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유형이 세분화되어 법으로 규정된 내용을 보면 건축적 이유가 아니다. 한국에만 있는 이런 건축 유형들의 탄생 배경에는 세금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로 인해서 기형적 건축이 탄생하고 이를 다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하다 보니 자꾸 생기고 일조권 등의 관련 법들이 서로 엮여서 복잡성을 띄고 있다. 이런 복잡성은 역으로 도시 구성의 난맥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세금과 행정편의 중심의 분류체계이며,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지 못한다. 주거-비주거 이분법을 넘어선 ‘혼합적 공간의 합법화’가 필요하며, 건축에 대한 세제를 명확히 하고, 건축의 유형 구분은 단순해져야 한다.
3) 일조권에 대한 전향적 태도변화 필요
일조권은 채광 관련 실내 온도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자연적 요소로 대응한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일조권보다는 채광 개념이 더 의미 있다. 일조권에 대한 제도는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일조권 관련 법규의 경직성은 창의적 건축에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강력한 단열 기준을 적용하는 현재 도시의 건축공간 공급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 다. 때문에 전향적 제도와 법규의 제‧개정을 통해서 새로운 도시 공동체 역할로 건축이 대응할 수 있도록 법 적용과 규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4) 생활권 중심의 수요기반 도시계획
기존 도시계획은 인구수 및 주택 수량 기반의 공급 중심 계획이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는 다양한 주거 형태와 생활수요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의 보행일상권 계획(1km 반경, 15분 도보 생활권)을 예로 들면, 건축은 이제 단순한 건물 단위가 아니라 ‘생활 단위의 거점’으로서 위치해야 하며, 각 지역의 공공시설, 학교, 도서관, 도시농장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적 생활 허브’로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건축의 역할을 담보하기 위해, 도시계획은 고정된 구획 개념에서 벗어나, ‘수요 기반의 유연한 생활권 단위’로 전환해야 한다.
도시계획의 가변성과 탄력적 건축의 실현
건축은 단지 물리적 오브제를 넘어서 사회 변화와 삶의 방식에 반응하는 공간적 실천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도시계획은 경직된 제도와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건축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사람들이 피부로 체험하는 경험의 건축 중심이 가능한 도시계획을 위해서는 ① 제도 실험 공간 확보, ② 규제 완화 및 용도 유연성 강화, ③ 데이터 기반 수요 추정 시스템 정비, ④ 지역 생활권 중심의 공간 조정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도시계획이야말로 건축의 미래를 담보하며, 시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홍성용 / moidesign@naver.com
더모이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건축공학박사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도시건축공간전문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건축사회 부회장
<인간적 도시의 승리>,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등 도시관련 저서들이 있다.
'아티클 | Article > Issue3. 도시 계획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도시공간] 보행일상권 시대, 생활권 단위 공간정책으로의 전환 2026.01 (0) | 2026.01.28 |
|---|---|
| [도시공간] 도시재생 어디로 가야 하는가?-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전략적 전환 2026.01 (0) | 2026.01.28 |
| [도시공간] 신도시의 내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더 좋은 도시와 시민 경험을 위한 새로운 노력 2026.01 (0) | 2026.01.28 |
| [도시주거] 기후위기 아이 키우기 좋은 아파트 단지(돌봄 친화단지) 프로젝트 제안 2026.01 (0) | 2026.01.28 |
| [도시주거] 주거정책 방향과 과제: 효과적 주택공급과 포용적 주거권의 제고 2026.01 (0) | 2026.01.28 |